ESSAY (잡록)

추적 60분

Salierstar돛단별 2010. 10. 28. 02:27

 

 

이제 몇 시간 후면 인천공항으로 간다.

08:30분 발 마닐라행 비행기니까, 두 시간 전인 06:30까지는 도착해야 한다.

이 비행기를 타려면, 공항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첫차 보다 먼저 떠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차를 갖고 가서 장기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출국장까지 질질 짐을 끌고간다.

새벽 05:30분에는 시동을 켜야하니까, 적어도 새벽 03:00 경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해야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사방을 고요하게 해두고는 저녁 08:00이란 시간을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얼마동안 잤을까?

핸드폰이 울린다. 새벽으로 맞추어 놓은 '모닝콜'인가 싶어 벌떡 일어났다.

동생 친구 녀석의 전화였다. 시간은 저녁 10:00.

"형, 지금 형한테 갈께요. 며칠 전 부탁하신 거 준비됐어요."

"으응... 그래... 고맙다. 그래 와라."

정확히 두 시간을 잔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내일 마닐라에서 오후 일을 보려면 머리가 빙빙 돈다.

동생 친구가 올 때까지라도 잠을 더 자 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 다시 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이 개운함(?)은 무엇인가? 다시 잠에 들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억지 취침' 모드로 세팅해 놓고 사력을 다해 잠을 청했다.

 

얼마동안 지났을까?

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동생 친구 녀석 전화다. 시간은 저녁 11:40.

집 근처에 온 모양인가 싶어 전화를 받아 들었다.

"형, 내일가면 안될까? 오늘은 너무 늦은 것 같아요."

늦은 거 아는 넘이 밤 10:00에 전화를 해서 오겠다고 했나 싶어 잠시 기가 막혔지만,

"그래 알았다. 난 내일 새벽 공항에 가야하니까 내일 못 만나고, 토요일 새벽 05:00에 귀국하니까 그 때 연락하자."

"어, 그래요? 그럼, 내일 새벽에 형한테 갈께요." 믿지 못 할 '충성(?)'의 맹세이다.

"그러지 않아도 돼." 했지만 막무가내로 새벽 4시 경에 오겠다는 '지극정성(?)'의 호소로 인하여 "그럼, 내일 내가 출발 전에 전화줄께."라는 지키지 못 할 약속으로 대충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처럼의 '조기취침' 작전이 예상치 못한 복병의 출현으로 아주 박살이 났다.

다시 잠이 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얼마간 멀뚱멀뚱거리고 있다가 TV 리모컨을 집어들고 TV를 켰다.

 

추적 60분이었다.

 

딸래미 나이의 '한지수'라는 학생이 온두라스에서 '살인협의'로 거의 엉터리 같은 증거물로 징역 30년을 받아서 거의 1년간 법정공방을 벌여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이 학생이 체포된 것은 이집트의 카이로 공항, 그리고 거기서 온두라스로 '살인혐의'로 인도가 되었다는 것인데, 거기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냉담한 답변뿐이었고, 이집트와 온두라스간에 '범인 인도 조약'도 되지 않은 나라지만, 우리 대사관은 정의(?)의 편에 서서 범죄의심을 받는 자국민을 속시원하게 온두라스로 보내버렸다는 얘기였다.

 

온두라스에서도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또한 '그러한 선례가 없어서 불가능하다'라는 속시원(?)한 답변을 주셨고, 그 학생은 결국 이억만리에서 교도소 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학생 식구들은 우리나라 외교부와 청와대에 억울한 사정을 진정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결국 그 학생 언니와 그 학생의 학교 친구들이 '인터넷 카페' 및 '트위터'를 이용해 그 억울한 학생 구명운동을 시작했고, 이러한 '여론 조성'이 점차 힘을 얻게 되자, 자랑스런(?) 외교부 직원들이 전담반을 구성하여 온두라스로 가게되었고, 대통령께서도 온두라스 대통령에게 선처를 부탁하는 등 참말로 눈물이 솟구치는 정부의 노력(?)으로 그 학생의 무죄를 받아냈다는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 학생이 우리 외교 공관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은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원인 지적이 있었다.

과거 몇 번이고 국회에서 법을 입안해서 상정했지만 '외교통상부'에서 법 이행의 실무적인 견해 차이로 번번히 무산이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외교통상부'가 '국회'의 힘에 달린다고 하면서, 이 법이 통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과 함께 '외교통상부'의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고견(?)을 말해 주었다.

"아무리 관련 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해외에서는 먼저 자신이 최선을 다해 조심하고, 그리고 일이 발생하면 자신이 최선을 다해 해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말도 안되는 일로 우리 외교공관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말씀(?)이셨다.

 

뭐 이런 XXX들이 다 있나 싶었다.

해외에 나가서 조심 안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일이 발생하면 그 적막강산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 안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거기에다가 말도 안되는 일로 우리 외교공관을 괴롭혔다고 확증된 사례는 얼마나 있었기에 저러는 것일까?

도대체 외교통상부에서 우리 국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나의 경우 1988년 해회 출장 개시 이후로 근 20여년간 한 번도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 본 일도 없고, 어디 계시는(?) 지도 관심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나라 동포를 만나면 하나 같이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깽판을 놓거나 아니면 지그들 라인을 통해 사업비밀만 누출된다'는 말이었고, 또 일을 하다가 오히려 이들의 어줍쟎은 의견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 해외공관원을 만나면 해외에서 고생(?)한다는 생각에 그들이 섭섭하게 느끼지 않도록 내 나름 대로 성의를 다해 왔었다.

그러나, 추적 60분에 출현해 주신 외교통상부님의 말씀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가 왜 있어야 하는가?

저 따위 인간들 먹여살리려고 있는 것인가?

외교통상부가 '재외동포'나 '해외여행자'들 '보호' 및 '협조'라는 일을 도려낸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있어야 하는가 말이다.

만약 아까 그 외교통상부님의 논리대로 라면, 장난전화 때문에 119 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말이다.

물론, 그 분의 말씀이 틀리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장난전화에 시달리며 꿎꿎이 우리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소명으로 119 신고 전화를 친절히 받아 주는 그 소방관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일 만건의 말도 안되는 요청 그리고 그 중에 한 건의 절실한 요청이라 하더라도, 일 만건의 엉터리가 싫어서 한 건의 진실을 외면하는 '자기 편의 위주'의 그 못 된 버릇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다. 왜냐하면, 이 나라의 주인은 그 성품이 어떻던, 지위가 어떻던, 생김새가 어떻던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 주인을 섬겨야 하는 공복들은 당연히 '공복의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마당이 넓어져서 빗자루 하나로는 마당 쓸다가 죽겠다고 마당쇠가 빗자루를 헛간에 세워둬서는 안된다.

그리고, 집사는 이러한 마당쇠를 혼내기만 해서도 안된다. 청소 로봇도 사주고 마당쇠도 보충해 주고 빗자루도 성능 좋은 것으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당쇠를 쓸대없이 중무장시켜서 터미테이터로 만들 필요도 없다.

마당쇠에게는 마당을 잘 쓸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해서 그 효율도 높여야 하고, 정신 자세도 틈틈히 제대로 되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재외 동포'나 '해외여행자'는 우리 외교공관과 그 수고하는 분들께 정말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으며 '한국인이라는 긍지'로 살고 있다.

몇몇 안되는 철부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대부분의 '자랑스런 한국인'에 초점을 맞추어 '자랑스런 외교공관원'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하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나라도 어떻게 하면 '외교강국'이 될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 '외교강국'으로 가는 그 '초석'은 '자국민 사랑'외에 다른 것이 있을까?

 

동생 친구 녀석의 전화, 이 프로그램 보고 정신 차리고 출장가라는 계시였던가 싶다.

그리고, 이 글은 영어로 번역 안 할 예정이다.

우리의 치부를 다른 이들에게 떠들어서 뭐가 좋을 게 있을까 싶어서다.

 

이제 인천 공항 출발 3시간 전이다.

말똥말똥하다.

증말로 말똥말똥하다.

... 



'ESSAY (잡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PA OF TRIPLE DAUGHTERS (딸딸딸이 아빠)  (0) 2010.11.05
WAY BACK HOME (귀가)  (0) 2010.10.31
LET ME LAND ON JEJUDO (제주도에 올라보자)  (0) 2010.10.23
NOSTRIL HAIR (콧털)  (0) 2010.10.20
INDIFFERENCE (무관심)  (0) 2010.10.16